대회 전 준비와 선수 선발
2022년 가을, 쿠리야마 히데키가 사무라이 재팬 감독으로 취임하며 WBC 우승이라는 단일 목표를 내걸었다. 닛폰햄 파이터즈 감독 시절 오타니 쇼헤이를 이도류 스타로 키운 쿠리야마는 개인적 인맥을 활용해 MLB 소속 선수들을 소집했다. 오타니(에인절스)는 일찍이 출전을 확약하며 팀의 구심점이 되었다. 36세의 다르빗슈 유(파드리스)는 자원하여 미야자키 캠프에 합류해 젊은 투수들의 멘토 역할을 맡았다. 스즈키 세이야(컵스)와 요시다 마사타카(레드삭스)도 참가를 결정하며 일본 최고의 MLB 인재가 한자리에 모인 드림 로스터가 완성되었다. NPB에서는 2022년 56홈런의 무라카미 무네타카(스왈로즈), 투수 삼관왕 야마모토 요시노부(버팔로즈), 최속 165km/h 사사키 로키(마린즈), 수위타자 콘도 겐스케(호크스), 겐다 소스케(라이온즈), 나카무라 유헤이(스왈로즈)가 선발되었다. 투수진에는 이마나가 쇼타(베이스타즈), 토고 쇼세이(자이언츠), 우다가와 유키(버팔로즈), 오세이(자이언츠), 유아사 쿄고(타이거즈)가 포함되어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엘리트 투수로 채워졌다. 쿠리야마의 철학은 '모두가 주인공'이었으며, MLB 선수와 NPB 선수 사이의 벽을 의도적으로 허물었다.
누트바 선발과 일본계 선수로서의 의미
가장 화제가 된 선발은 카디널스의 라스 누트바였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어머니 쿠미코가 일본인이어서 일본 대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25세 외야수는 2022년 세인트루이스에서 14홈런, OPS .788을 기록하며 실력으로도 충분한 전력이었다. 그러나 일본 팬들에게 일본어를 못하는 미국 출신 선수가 사무라이 재팬 유니폼을 입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누트바는 넘치는 에너지와 전력 질주로 팀과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타 후 '페퍼밀' 세리머니는 팀 전체로 퍼져 대회의 상징적 제스처가 되었고, 일본에서 사회 현상을 일으키며 페퍼밀 판매량이 전국적으로 급증했다. 전 7경기에 1번 타자로 출장해 타율 .276, 1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수치 이상으로 그의 존재는 혈통 선수가 조상의 나라를 대표하는 WBC 고유의 서사를 체현하며 일본 야구의 글로벌 확장을 상징했다. 관중석에서 눈물을 흘리며 응원하는 어머니 쿠미코의 모습도 대회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가 되었다.
압도적인 조별 라운드와 투수진의 지배력
일본은 3월 9일 도쿄돔에서 중국을 8-1로 대파하며 대회를 시작했다. 오타니가 선발 등판해 4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타자로서도 적시타를 쳤다. 이어 한국에 13-4 대승, 체코에 10-2 승리, 호주에 7-1 승리로 4전 전승 통과했다. 조별 라운드 합산 스코어 38-8로 투수진이 특히 압도적이었다. 야마모토는 체코전에서 5이닝 무실점, 사사키는 호주전에서 164km/h 직구로 타자를 제압했다. 중계진 우다가와, 오세이, 유아사가 안정적으로 던지며 상대에게 반격 기회를 주지 않았다. 도쿄돔은 매 경기 약 42,000명 만원을 기록했다. 8강에서 일본은 이탈리아를 9-3으로 꺾었고, 오타니가 5이닝 1실점 호투와 타격 활약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국제 언론은 그를 '지구상에서 가장 재능 있는 야구 선수'라고 극찬했다.
준결승 멕시코전 - 무라카미의 끝내기 안타
준결승 무대는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로 옮겨졌다. 상대는 아로사레나(레이즈)와 베르두고(레드삭스)를 보유한 강팀 멕시코였다. 일본은 초반부터 고전했다. 선발 사사키가 3회 아로사레나에게 2점 홈런을 맞는 등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3실점으로 강판되었다. 멕시코가 추가점을 올려 7회 종료 시 일본은 3-5로 뒤졌다. 8회 반격이 시작되었다. 오타니가 2루타로 출루하고 요시다가 안타로 이었으며, 콘도 겐스케가 좌측 스탠드로 역전 3점 홈런을 날려 6-5로 앞섰다. 멕시코가 8회말 동점을 만들어 6-6으로 극적인 9회를 맞이했다. 1사 1·3루 상황에서 대회 내내 부진했던(조별 라운드 타율 .091) 무라카미가 타석에 섰다. 가장 큰 순간에 무라카미는 중견수 머리 위로 끝내기 2루타를 날려 7-6 역전승을 이끌었다. 그는 베이스를 돌며 환호했고 동료들이 달려와 뒤엉켰다. 이 안타는 대회의 결정적 순간이자 부진한 강타자의 부활 드라마가 되었다. 쿠리야마 감독은 '무라카미를 항상 믿었다. 그는 큰 무대에서 해내는 사나이'라고 말했다.
결승 미국전 - 오타니 vs 트라우트 최종 대결
3월 21일 결승에서 일본은 개최국 미국과 맞붙었다. 미국 대표팀에는 트라우트(에인절스), 베츠(다저스), 골드슈미트(카디널스), 터너(필리스), 앤더슨(화이트삭스)이 포진했다. 이마나가가 일본 선발로 5이닝 2실점 역투했다. 일본은 2회 무라카미 희생플라이와 3회 오카모토 적시타로 2-0 리드를 잡았다. 오타니는 4타수 2안타로 공수 양면에서 기여했다. 미국이 3회 터너 솔로홈런과 5회 슈워버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만들었지만, 무라카미의 5회말 적시타로 일본이 3-2로 다시 앞섰다. 6회부터 일본 불펜이 경기를 잠갔다. 토고, 이토, 오세이가 합작으로 8회까지 미국 타선을 봉쇄했다. 9회, 쿠리야마는 대담하게 오타니를 마무리로 투입했다. 오타니는 베츠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두 타자를 잡아 2사 1루를 만들었다. 마지막 타자는 에인절스 동료 트라우트였다. 36,000 관중이 숨을 죽인 가운데 '세계 최고의 투수 대 세계 최고의 타자' 대결이 펼쳐졌다. 카운트가 풀카운트까지 갔다. 오타니의 마지막 공은 치명적인 슬라이더였다. 트라우트가 헛스윙하며 삼진. 오타니는 글러브를 하늘로 던지며 포효했고 동료들이 마운드로 달려왔다. 일본이 3-2로 미국을 꺾고 세 번째 WBC 우승을 차지했다. 오타니는 타율 .435, 1홈런, 8타점과 2경기 등판 방어율 1.86으로 만장일치 MVP에 선정되었다.
대회 기록과 개인 성적
일본은 7전 전승의 완벽한 성적으로 우승했다. 팀 타율 .299, 총 56득점에 22실점으로 공수 양면에서 압도했다. 오타니의 타율 .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에 방어율 1.86은 명백한 MVP 성적이었다. 콘도 겐스케가 타율 .346, 2홈런, 팀 최다 13타점을 기록했고 준결승 3점 홈런이 대회 최고의 클러치 안타였다. 요시다 마사타카는 타율 .409로 안정적인 타격을 보여주었다. 투수진에서는 야마모토가 2선발 방어율 1.29, 이마나가가 결승에서 미국을 2실점으로 막았다. 사사키의 164km/h 직구는 준결승 부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중계 투수 오세이와 우다가와는 각각 4경기 등판 방어율 0.00의 완벽한 불펜 지원을 보여주었다. 수비에서는 겐다 소스케가 오른손 새끼손가락 골절에도 출전을 이어가며 견고한 유격수 수비로 팀을 지탱해 '사무라이 정신'의 화신으로 칭송받았다.
WBC 우승이 NPB와 일본 야구에 미친 영향
2023년 WBC 우승은 일본 야구계에 충격파를 보냈다. 결승전은 간토 지역에서 42.4% 시청률을 기록하며 2006년 첫 대회 결승(43.4%)에 이은 역대 2위를 달성했다. 멕시코와의 준결승도 42.5%를 기록했는데, 일본 시간 심야 방송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 열기는 2023년 NPB 시즌으로 이어져 양 리그 합산 관중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WBC 참가 선수가 소속된 팀의 관중 증가가 특히 두드러졌다. '누트바 효과'로 카디널스 굿즈가 일본에서 폭발적으로 팔리며 MLB의 일본 시장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페퍼밀 세리머니는 NPB 각 구장에 정착했고 올해의 유행어 대상 후보에 올랐다. 개인 커리어도 변화했다. 오타니의 WBC 지배적 활약은 그 시즌 오프 다저스와의 10년 7억 달러 역대 최대 계약에 기여했다. 야마모토의 WBC 호투는 MLB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아 다저스와 12년 3억 2,500만 달러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마나가는 컵스와 계약했으며 결승 선발 등판이 MLB 구단의 평가를 높였다. 쿠리야마의 전술적 결정, 특히 결승 9회 오타니를 마무리로 기용한 것은 명재배로 칭송받았다. WBC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면을 만들어낸 이 결정과 함께, 일본의 세 번째 우승은 국제 야구 최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전국적으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