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의 역할 - 언어를 넘어선 '만능 해결사'
NPB 외국인 선수를 수행하는 통역은 경기 중 감독·코치와의 소통 지원을 훨씬 넘어서는 일을 한다. 훈련 지시 번역, 미디어 통역, 계약 협상 보조, 병원 동행, 주거 마련, 은행 계좌 개설, 휴대폰 계약, 레스토랑 예약, 가족 방문 지원 등 선수의 일본 생활 전반을 지탱하는 '만능 해결사' 역할을 한다. 선수에게 통역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중요한 정서적 지지 기능을 수행한다. 통역의 역량이 선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24시간 대기와 낮은 보수
통역은 사실상 24시간 선수에게 대응할 것을 요구받는다. 한밤중에 몸이 안 좋다는 연락이 오면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고, 쉬는 날 쇼핑에 동행해달라는 요청이 오면 따라가야 한다. 원정 중에는 선수와 같은 호텔에 묵으며 항상 연락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통역의 연봉은 300-500만 엔 수준으로, 구속 시간과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구단은 통역을 계약직이나 업무위탁으로 고용하여 고용 안정성도 낮다. 외국인 선수가 퇴단하면 통역의 계약도 함께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미즈하라 사건이 드러낸 구조적 문제
2024년 MLB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불법 도박 관여 및 오타니 계좌에서의 무단 송금으로 체포된 사건은 통역이라는 직업의 구조적 문제를 부각시켰다. 통역은 선수의 개인정보와 재무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신뢰가 악용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NPB에서도 통역의 신원조사와 행동규범 정비가 충분하지 않으며, 선수-통역 관계에 대한 조직적 관리 체계는 취약한 상태다.
통역의 전문직화와 처우 개선
통역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역을 '선수 수행원'이 아닌 '전문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통역의 업무 범위 명확화, 적정 보수 수준 설정, 근무시간 관리 도입, 그리고 통역의 커리어 패스 정비가 필요하다. MLB에서는 선수노조 협상을 통해 통역 최저 연봉이 인상되는 등 처우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NPB에서도 통역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외국인 선수 수용 체제의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구단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통역 없이는 외국인 선수의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구계 전체가 인식해야 한다.
통역의 근로시간 관리와 법적 보호의 부재
NPB 구단에 고용된 통역 대부분은 노동기준법상 시간외 근로 규제에서 사실상 벗어난 상태로 일하고 있다. 선수의 요청에 따라 심야·새벽을 불문하고 대응하지만, 명확한 근무시간 기록이나 초과근무 수당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가 지적되고 있다. 통역의 계약 형태는 구단마다 달라 정규직·계약직·업무위탁이 혼재한다. 업무위탁의 경우 노동 관련 법령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어 휴일 보장이나 사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통역의 업무 특성상 선수와 일체로 행동해야 하므로 '대기 시간'과 '근로 시간'의 경계가 모호하며, 이 모호함이 저우대를 고착화시키는 구조를 낳고 있다.
통역의 정신건강과 고립 위험
통역은 선수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한편, 자신의 정신건강을 지탱하는 체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선수의 향수병이나 성적 부진에 따른 스트레스를 흡수하면서도 구단 조직 내에서 명확한 소속 부서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동료와의 유대감을 얻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통역은 선수 편에 서면 구단에서 소외되고, 구단 편에 서면 선수의 신뢰를 잃는 판협의 입장에 항상 처해 있다. 이 고립 구조는 높은 이직률로도 나타나며, 통역 경험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문제는 '상담할 곳이 없다', '한계를 넘어도 대체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구단이 통역의 정신건강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선수의 안정적인 경기력 유지에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통역에서 본 구단 간 격차
통역의 대우는 구단 간에 현저한 격차가 존재한다. 자금력이 있는 구단은 통역을 정규 고용하고 복수 인원을 배치하여 업무 부담을 분산시키는 반면, 중소 규모 구단에서는 통역 한 명이 여러 외국인 선수를 담당하며 통역 업무 외 잡무까지 부과된다. 보수 면에서도 구단 간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으며, 결과적으로 뛰어난 어학력과 대인 능력을 갖춘 인재일수록 대우가 좋은 구단으로 흐르고, 자금력이 부족한 구단은 만성적으로 통역 인재를 확보하지 못한다. 이 격차는 외국인 선수의 일본 적응 속도에도 영향을 미쳐, 통역 체제가 충실한 구단일수록 외국인 선수가 첫 해부터 안정된 성적을 올리기 쉬운 경향이 있다. 통역의 처우 개선은 리그 전체의 경쟁력 균형에도 관계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