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의 알려지지 않은 역할 - 외국인 선수를 지탱하는 그림자 조력자들

NPB 통역의 역사와 제도화

NPB의 통역은 리그 초창기부터 외국인 선수와 함께해 왔지만, 처음에는 구단 직원이 겸무하는 경우도 많은 비공식적 역할이었다. 외국인 선수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통역은 구단의 정식 스태프로 자리 잡았고,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나 한국어에 대응하는 체제를 갖춘 구단도 나타났다. 오늘날 구단 통역은 그라운드 위의 의사소통부터 미디어 대응, 생활 지원까지 담당하는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배치와 처우는 구단별 재량에 맡겨져 있으며, 리그 차원의 통일된 자격 제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2026년 8월 시점).

야구 통역에 요구되는 전문 기술

야구 통역에는 어학 실력뿐 아니라 야구 전문 지식이 불가결하다. 투구 메커니즘, 볼배합 이론, 트레이닝 용어 등 일반적인 어학 교육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영역이 많다. 불펜에서 투수코치와 외국인 투수의 대화를 즉시 통역하려면 투구 폼의 문제점을 통역 자신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감독의 지시 전달이나 미팅에서의 전술 설명 등 승패에 직결되는 장면에서는 한마디의 오역이 치명타가 될 수 있어 높은 정확성이 요구된다. 통역의 처우는 선수에 비해 훨씬 소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통역 없이는 외국인 선수의 퍼포먼스가 크게 훼손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공헌도는 매우 크다.

선수 적응과 성적에 미치는 영향

통역의 질은 외국인 선수의 적응 속도를 좌우한다. 갓 일본에 온 선수는 코치의 지도나 코칭스태프 의도의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는지에 따라 실력 발휘의 정도가 달라진다. 식사 준비, 집 구하기, 병원 동행 등 생활 면의 지원도 통역의 중요한 업무로, 선수가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일본에 온 외국인 선수가 인터뷰에서 통역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은 흔하며, 그라운드 밖의 지원이 성적의 토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국어 수요와 향후 과제

2010년대 이후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출신 선수가 늘면서 스페인어 통역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스페인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하면서 야구에도 정통한 통역은 희소해, 인재 확보가 각 구단 공통의 과제가 되고 있다. 장래에는 AI 번역 도구의 보조적 활용도 생각할 수 있지만, 벤치 안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과 섬세한 뉘앙스 전달에서는 인간 통역이 불가결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주류다.

통역과 선수의 신뢰 관계 구축

통역과 선수 사이에는 단순한 업무 관계를 넘어선 신뢰가 불가결하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야쿠르트에서 뛰며 2013년 NPB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60홈런을 세운 블라디미르 발렌틴처럼 장기 재적한 외국인 선수에게, 오래 곁을 지키는 통역은 생활과 경기 양면을 지탱하는 파트너가 된다. 통역은 선수의 정신 상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하는 위치에 있으며, 부진할 때는 코치와의 다리 역할도 맡는다. 한편 통역이 선수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하면 객관적인 정보 전달이 훼손될 위험도 있다. 계약 협상 자리에 통역이 동석해 선수의 주장을 전달하는 사례도 있어, 인간관계의 연속성이 선수의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크다.

통역의 커리어 패스와 처우 개선

구단 통역의 커리어 패스는 제한적이다. 계약은 대부분 1년 갱신이며, 담당하는 외국인 선수의 퇴단과 함께 계약이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어학 실력과 야구 지식을 겸비한 인재로서, 통역 경험자가 국제 스카우트나 섭외 담당 등 프런트 업무에서 활약하는 길도 열리고 있다. 시즌 중에는 아침 훈련부터 야간 경기 종료까지 선수와 행동을 함께하는 구속 시간이 긴 일이며, 선수회 같은 직능 단체도 존재하지 않아 처우 개선은 개별 교섭에 맡겨져 있는 것이 실정이다. 통역의 정착률을 높이는 것은 외국인 선수 수용 체제를 안정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과제다.

문화적 중재자로서의 통역

통역의 역할은 언어 변환에 그치지 않고, 일본의 야구 문화를 외국인 선수에게 전하는 문화적 중개자로서의 측면이 크다. 일본 특유의 훈련량, 상하 관계의 예절, 경기 후 미팅의 의미 등 말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문화적 맥락을 잇는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시즌에 걸쳐 한신 선발 로테이션을 지탱한 랜디 메신저처럼 일본 야구 문화에 깊이 녹아든 외국인 선수의 뒤에는 이러한 중개의 축적이 있다. 반대로 외국인 선수의 모국 문화를 팀 동료에게 전해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양방향 중개도 이루어진다. 출신국마다 다른 가족관이나 사회적 배경 같은 섬세한 맥락의 번역은 어학 실력 이상으로 깊은 이문화 이해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