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00은 '별개의 번호'이다
NPB 규정상 등번호 0과 등번호 00은 별개의 등록 번호로 취급된다. 즉, 한 팀에 0번 선수와 00번 선수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이 직관에 반하는 규정은 NPB의 등록 시스템이 각각에 다른 코드를 부여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MLB도 같은 관례를 따르지만, 실제로 두 번호를 동시에 사용하는 팀은 극히 드물다. NPB에서는 같은 로스터에 0번과 00번이 공존한 사례가 있으며, 전광판이나 중계 그래픽에서 간혹 혼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제로가 사용 가능해진 시기
NPB에서 0과 00의 사용이 허용된 것은 1960년대 이후부터다. 초기에는 등번호가 1부터 시작하는 양의 정수로만 제한되었다. 이 번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로, 지명도 높은 선수들이 선택하면서부터다. 전설적인 나가시마 시게오의 아들 나가시마 카즈시게는 요미우리에서 0번을 달았는데, 이는 아버지의 영구결번 3번으로부터의 독립 선언, 즉 제로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널리 해석되었다.
선수들이 제로를 선택하는 이유
0번을 선택하는 가장 흔한 동기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한다'는 서사다. 드래프트 하위 지명자나 육성 선수 출신이 겸손함과 야망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0번을 자주 선택한다. 단순히 독특함을 위해 선택하는 선수도 있다. 0은 유니폼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이질적인 번호로, 그 자체만으로 주목을 끈다. 머천다이징 관점에서도 0번 유니폼은 희소성이라는 요소가 있어 팬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00번을 선택한 선수들은 때로 '더욱 제로', 즉 궁극의 무(無)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단순히 0번이 이미 사용 중이어서 00번을 택한 경우도 있다.
0번을 달았던 명선수들
아카호시 노리히로는 한신 타이거스에서 0번을 달고 도루왕에 올라, 한신 팬 문화에서 이 번호를 스피드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카타오카 아쓰시도 파이터스와 타이거스 시절 0번을 달았다. 0번이 기억에 남는 선수들을 배출하긴 했지만, 이 번호를 단 스타 선수의 수는 한 자릿수 번호를 단 선수들에 비하면 훨씬 적다. 제로는 여전히 엘리트의 상징이 아닌 도전자의 번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번호의 상한선 - 몇 번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
NPB에서 사용 가능한 등번호는 0, 00, 그리고 1부터 199까지다. 세 자릿수 번호(100-199)는 주로 육성 선수에게 배정되어, 70인 지배하 등록 선수와 시각적으로 구분된다. 육성 선수가 지배하 등록을 획득하면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또는 한 자릿수로의 번호 변경이 일종의 통과의례가 된다. 센가 코다이는 소프트뱅크에서 세 자릿수 번호로 시작해 최종적으로 팀 에이스로서 21번을 달았다. NPB의 등번호는 단순한 식별 수단이 아니라 선수의 커리어 단계를 비추는 거울이다.
제로의 철학
0번은 선(禪)의 '무(無)' 개념의 울림을 담고 있다. 일본 철학에서 '무'는 부재가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내포한 상태를 의미한다. 선수가 '제로에서 시작하기 위해' 0번을 선택했다고 말할 때, 그 선언은 공허함이 아닌 무한한 잠재력을 암시한다. 모든 선수가 그토록 깊은 철학적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 번호의 독특한 매력은 '아직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는 당당한 선언에 있다. 이는 1부터 99까지의 번호가 재현할 수 없는 대담함이다. NPB의 등번호 문화에서 0과 00은 가장 작은 숫자이면서도 가장 큰 이야기를 품고 있는 번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