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다하루의 55개 - 49년의 벽
오 사다하루가 1964년에 세운 시즌 55홈런 기록은 NPB에서 가장 신성한 기록으로 49년간 유지되었다. 1985년 랜디 바스가 54개에 도달했지만, 요미우리 투수들이 오의 기록을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승부를 피했다는 의혹이 있다. 2001년 터피 로즈와 알렉스 카브레라가 모두 정확히 55개에서 멈추면서, 야구계가 외국인 선수의 기록 경신을 저지한다는 의심이 더욱 깊어졌다.
발렌틴의 2013년 도전
쿠라소 출신의 발렌틴은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전반기에만 33홈런을 기록하며 오의 페이스를 앞질렀다. 55개에 가까워지자 볼넷이 의심스럽게 증가했고, 이는 언론의 비판과 함께 커미셔너가 투수들에게 정정당당히 승부할 것을 촉구하는 전례 없는 성명을 발표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60개를 향한 돌파
9월 15일 진구 구장에서 발렌틴은 한신을 상대로 56호 홈런을 쳐 49년 된 기록을 깨뜨렸다. 그는 60홈런, 타율 .330, 131타점으로 시즌을 마감하며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했다. 60홈런은 로저 매리스의 MLB 기록 61개에 근접한 수치로, 외국인 선수가 일본 기록을 깨는 것에 대한 태도를 재고하게 만들었다.
유산과 논쟁
이 기록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 있다. 오의 55개는 130경기 시즌에서 달성된 반면 현재는 143경기이며, 2013년의 '반발력 높은 공' 논란도 비교를 흐리게 한다. 그러나 발렌틴의 업적은 NPB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으며, 외국인 선수의 공헌과 일본 야구계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기록과의 복잡한 관계를 상징하고 있다.
발렌틴의 경력과 야쿠르트 입단 배경
블라디미르 발렌틴은 1984년 네덜란드령 퀴라소 출신의 우타 외야수이다. 2004년 MLB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 데뷔했으나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며 정착하지 못했다. 2007년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 후에도 출장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2011년 야쿠르트 스왈로즈에 입단하여 첫해부터 31홈런을 치며 즉시 주포 자리를 확보했다. 이듬해 2012년에도 31홈런을 기록하며 일본 투수에 대한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타격 스타일은 온몸을 활용한 호쾌한 스윙이 특징이며, NPB의 공격적인 몸쪽 공략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갖추고 있었다. 풀네임 발음이 유사하여 혼동되기도 하지만, 롯데를 이끈 바비 발렌타인 감독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반발력 높은 공 논란과 2013년 타고투저 환경
2013년 NPB는 리그 전체적으로 홈런 수가 급증하며 '반발력 높은 공' 논란이 거세게 불거졌다. 미즈노사가 제조하는 NPB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전년보다 높게 설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사실은 신속히 공개되지 않았으며 시즌 중반까지 선수와 팬에게 공식 설명이 없었다. 리그 전체 홈런율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고 발렌틴 외의 타자들도 줄줄이 홈런 수를 늘렸다. 이 환경이 발렌틴의 60홈런을 뒷받침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같은 조건에서 다른 어떤 타자도 60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반발력 높은 공 문제는 NPB 공인구 관리 체제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고, 이듬해부터 통일구 기준 재검토로 이어졌다.
발렌틴의 이후 커리어와 NPB 외국인 장거리 타자의 계보
60홈런 달성 이듬해인 2014년, 발렌틴은 부상 영향으로 63경기 출장에 그치며 15홈런에 머물렀다. 2015년에는 33홈런으로 부활했으나 2013년의 폭발력을 되찾지는 못했다. 2019년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했고, 같은 해 일본시리즈에서 요미우리를 상대로 승리에 기여하는 장면도 있었다. NPB 외국인 장거리 타자의 계보를 돌아보면, 1985년 랜디 바스가 54홈런과 3관왕을 달성했고, 2001년 터피 로즈와 알렉스 카브레라가 나란히 55개로 병렬했다. 발렌틴의 60개는 이 계보의 정점에 위치하는 기록으로, NPB가 외국인 선수의 공헌 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는 리그임을 다시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