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기만 하면 된다'는 통념의 출처
1루수는 다른 내야수보다 수비 기회가 적고 요구되는 송구 거리도 짧다. 외야 중계 외에는 화려한 플레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 '눈에 띄지 않는 수비'라는 성질이 1루수 = 강타자의 안식처라는 고정관념을 낳았다. NPB에서도 오 사다하루, 오치아이 히로미츠, 기요하라 가즈히로, 마쓰나카 노부히코 같은 역대 주포들이 노년기에 1루로 컨버트되어 왔다. 그러나 이 통념은 '수비 기회가 적다'를 '잃을 게 적다'로 단순화한 해석에 불과하다. 실제로 1루수의 처리가 승부를 가르는 장면은 통념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NPB 1루수의 타격 수준은 정말 높은가
'1루수 = 강타자'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최근 NPB의 포지션별 OPS 평균에서 1루수가 반드시 압도적인 해는 줄고 있다. 3루수나 지명타자와 비슷한 수준이며, 포수와 유격수보다는 분명히 높지만 우익수와의 차이는 해에 따라 오차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타격형 선수를 1루에 모은다고 리그 전체의 타격 격차가 커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치는 선수 = 1루 기용'이라는 운용이 다른 포지션의 타격 수준을 끌어올린 역설적 구도가 보인다. 각 구단이 타격이 가능한 선수를 본래 수비 위치에서 기용할 여유가 있기에 1루수의 OPS만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다.
기회가 적기에 1구가 무겁다
1경기당 1루수의 수비 기회는 대략 8~10회. 대부분은 송구를 받는 것이지만 그중 몇 번은 반드시 어려운 단조 송구 처리, 베이스 커버, 파울 플라이 추적이 섞여 있다. 1루수가 짧은 바운드를 처리할 수 있는지, 낮은 송구를 잡아낼 수 있는지는 내야진의 폭투 위험을 좌우한다. 반대로 수비가 서툰 선수를 두면 내야수가 '바운드시켜선 안 된다'며 과도하게 강하게 던져 악송구가 늘어나는 연쇄 반응이 생긴다. UZR이 1루수를 과소평가하기 쉬운 것도, 기회 수가 적어 표본 크기가 작은 통계적 잡음 탓일 가능성이 있다.
12개 구단 명1루수를 데이터로 겹쳐 보다
오 사다하루의 통산 868개 홈런은 1루수 역대 기록이지만, 그의 진가는 자살 수와 수비 범위에도 드러난다. 오치아이 히로미츠는 3차례 3관왕에 빛나지만 롯데, 주니치, 요미우리, 닛폰햄을 거치는 동안 1루 수비 평가는 들쭉날쭉했다. 나카무라 다케야는 홈런왕 6회의 타격 지표는 최상급이지만 1루 DRS는 해에 따라 양극을 오간다. 반면 오카모토 가즈마, 무라카미 무네타카(1루 겸업기)는 타격과 수비 지표가 동시에 양수를 기록하는 드문 사례다. WAR로 1루수를 줄 세우면 OPS 순위와는 의미 있게 다른 표가 나온다.
컨버트 1루수와 원조 1루수의 차이
NPB의 1루수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타격을 살리기 위해 다른 포지션에서 옮겨온 컨버트 조(기요하라 가즈히로: 포수→1루, 무라타 슈이치: 3루→1루)와, 입단 직후부터 1루를 주전장으로 삼는 원조 조(나카무라 다케야, 오카모토 가즈마)다. 컨버트 조는 수비 연계에서 약점을 보이는 경향이 있어, 특히 2루 송구 커버, 베이스 커버 타이밍 등 내야 협업 항목에서 감점된다. 원조 조는 이러한 디테일에 익숙해 타격 지표가 다소 떨어져도 WAR에서는 컨버트 조와 동등해질 수 있다. 구단이 '치는 젊은 내야수를 1루에서 키울지' 아니면 '치는 외야수를 노년기에 1루로 컨버트할지' 선택하는 것은, 5년 누적 승률에서 명확한 차이를 만든다.
DH 제 확대 시대의 1루수의 미래
MLB가 2022년 내셔널리그에도 DH 제를 도입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타격 전문 선수'를 DH 자리로 흡수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NPB 센트럴리그도 DH 제 도입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만약 도입된다면 1루수의 역할은 재정의될 것이다. 타격만 가능한 선수는 DH로 옮겨가고, 1루는 수비가 가능한 선수의 자리가 된다. 이는 1루수라는 포지션의 가치 구조를 크게 바꾼다. 1루 수비의 중요성이 다시 평가되고, 드래프트 전략도 '수비할 수 있는 1루수' 영입으로 이동할 것이다. '치기만 하면 된다'는 통념은 DH 제 확대와 함께 점점 과거의 것이 되고 있다. 데이터가 말하는 것은, 1루수야말로 타격과 수비의 종합 점수로 평가해야 할 포지션이라는, 당연하면서도 오랫동안 외면받아온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