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A(승리 확률 기여도)란 무엇인가?
WPA(Win Probability Added)는 각 타석이나 플레이가 팀의 승리 확률을 얼마나 변동시켰는지를 수치화한다. 예를 들어, 동점 상황에서 9회말 2아웃 만루일 때 홈팀의 승률은 약 35%다. 끝내기 안타가 나오면 승률이 100%로 뛰어올라 타자에게 +0.65의 WPA를 부여한다. 삼진은 경기를 연장으로 보내며 마이너스 WPA를 만든다. 이 개념은 1970년대 엘든과 할란 밀스 형제가 MLB용 승률표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2000년대 세이버메트릭스 운동과 함께 널리 사용되었다. NPB에서는 2010년대 후반부터 데이터 사이트들이 WPA를 산출·공개하기 시작하여 선수 평가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았다.
NPB 최고의 WPA 기록 선수들
NPB에서 WPA가 높은 선수들은 이른바 클러치 히터로 평가받는 선수들과 겹치는 경향이 있다. 2023 시즌 오릭스의 돈구 유마는 타율 .307, 17홈런과 함께 WPA +4.2를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수위타자에 오르는 동시에 클러치 성적에서도 리그 상위에 올랐다. 센트럴리그에서는 한신의 오야마 유스케가 WPA +3.8을 기록하며 ARE 슬로건 아래 타이거스의 18년 만의 리그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투수 중에서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2023년 WPA +5.1을 기록했는데, 이는 투수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역사적으로 오 사다하루의 1964년 55홈런 시즌과 오치아이 히로미쓰의 1985년 삼관왕 시즌은 추정 WPA가 +7.0을 넘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WPA 산출 방법과 한계
WPA 산출에는 이닝, 아웃 카운트, 주자 상황, 점수차의 4가지 요소에서 도출된 승률표가 필요하다. NPB에서는 약 10년간의 경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표를 구축하며, 시즌당 약 858경기와 12만 타석을 포함한다. 각 타석 결과(안타, 2루타, 삼진, 병살 등)에 대한 승률 변동을 계산하고, 시즌 합계가 선수의 WPA가 된다. 그러나 WPA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맥락 의존도가 높아 접전에 자주 출전하는 선수에게 유리하다. 둘째, 수비와 주루 기여는 타격 WPA에 포함되지 않는다. 셋째, 상대 팀의 강도가 고려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WPA는 WAR 같은 종합 지표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실전 활용과 미래 전망
2020년대 들어 더 많은 NPB 구단들이 전술적 의사결정에 WPA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타 투입과 불펜 운용 타이밍을 기대 WPA로 평가하여 승률을 극대화한다. 2024년 소프트뱅크는 WPA를 포함한 독자적 선수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마무리 모이네로(WPA +2.8)의 기용 장면을 최적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을 위한 실시간 승률 표시도 확산되고 있으며, 2023년 일본시리즈에서는 중계 화면에 실시간 승률 그래프가 표시되었다. 앞으로 트래킹 데이터와의 통합을 통해 투구별 WPA 산출과 더 정밀한 수비 WPA 지표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 순간의 가치를 시각화하는 지표로서 WPA는 NPB 전반의 데이터 활용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WPA와 LI(레버리지 지수)의 관계
WPA를 깊이 이해하려면 LI(Leverage Index, 레버리지 지수) 개념이 필수적이다. LI는 각 상황의 긴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평균 상황을 1.0으로 하며, 접전 후반이나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2.0 이상으로 치솟는다. WPA는 본질적으로 LI가 높은 장면에서 좋은 결과를 낸 선수일수록 높아지는 구조다. 1회초 무주자 안타는 WPA +0.03 정도이지만, 8회말 1점차 주자 2루에서 동점타를 치면 +0.25 이상이 될 수 있다. NPB에서 2022년 야쿠르트의 무라카미 무네타카는 LI 1.5 이상 상황에서 타율 .340을 기록하며 시즌 WPA를 크게 쌓았다. LI와 WPA를 결합하면 단순한 성적이 아닌 결정적 순간의 진가를 평가할 수 있다.
WPA의 마이너스 - '역승부사'라는 시각
WPA는 플러스뿐 아니라 마이너스 방향으로도 크게 흔들리는 지표이며, 시즌 WPA가 마이너스인 선수는 팀의 승리 확률을 낮춘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접전 후반에 범타나 피홈런을 거듭한 선수는 마이너스 WPA가 두드러진다. 마무리 투수가 9회에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 한 번에 -0.40 이상의 WPA가 붙기도 한다. NPB에서는 세이브 실패가 많은 마무리가 WPA 마이너스에 빠지는 경우가 있고, 선발 투수도 무원호 패전이 이어지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다만 WPA 마이너스가 실력 부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접전에 자주 등판하는 투수나 상위 타선 타자는 고LI 상황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 한 번의 실패가 큰 마이너스로 직결된다. WPA는 이런 우연성도 포함하므로 단년이 아닌 복수년 추이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WPA로 읽는 NPB 일본시리즈 명장면
WPA가 가장 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포스트시즌, 특히 일본시리즈다. 1경기의 승패가 시리즈 향방을 직접 좌우하므로 레귤러시즌보다 각 타석의 승률 변동이 크다. 2014년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소프트뱅크의 우치카와 세이이치가 8회 역전 적시타를 쳐 추정 WPA +0.38을 기록했다. 1992년 일본시리즈 7차전에서는 야쿠르트의 스기우라 토오루가 연장 10회에 끝내기 홈런을 쳐 한 방의 WPA가 +0.55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수로는 2006년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닛폰햄의 다르빗슈 유가 완봉승을 거두며 경기 전체 투구 WPA 누적이 +0.50을 넘었다. 일본시리즈 WPA 상위 플레이를 나열하면 NPB 팬들의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정확히 일치한다. WPA는 숫자로 그 순간의 극적임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