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지표의 진화 - UZR과 DRS로 보는 NPB의 수비력

수비 평가의 전환점 - 수비율의 한계

수십 년간 NPB의 수비 평가는 실책을 범하지 않을 확률을 측정하는 수비율 (Fielding Percentage) 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지표에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야수가 타구에 도달하지 못하면 실책이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 예를 들어 2018년 센트럴리그 유격수 수비율 순위에서는 수비 범위가 좁고 처리 기회가 적은 선수가 상위에 올랐고,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히로시마의 기쿠치 료스케 (당시 2루수) 와 다나카 고스케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2010년대 후반부터 UZR (Ultimate Zone Rating) 과 DRS (Defensive Runs Saved) 같은 존 기반 수비 지표가 일본 야구 미디어와 데이터 사이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결정적 전환점은 2015년경 DELTA사가 모든 NPB 선수의 UZR을 산출·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찾아왔으며, 이것이 일본 수비 지표 혁명의 시작이 되었다.

UZR과 DRS의 작동 원리

UZR은 필드를 세밀한 존으로 분할하고, 각 존에서 야수가 리그 평균 야수 대비 얼마나 더 많이 (또는 적게) 아웃을 잡았는지를 실점 방지 수치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UZR이 +15.0인 선수는 한 시즌 동안 평균적인 야수보다 약 15점의 실점을 더 방지했음을 의미한다. DRS는 타구를 속도, 각도, 방향별로 더 정밀하게 분류하며, 각 플레이의 난이도를 반영하여 평가한다. MLB에서는 Baseball Info Solutions가 DRS를 산출하고, NPB에서는 DELTA사와 Data Stadium사가 독자적인 존 데이터를 활용하여 UZR을 중심으로 산출한다. 두 지표 모두 수비 범위, 병살 능력, 송구 정확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비율보다 우수하다. 다만 표본 크기가 작은 시즌 중반 데이터는 신뢰성이 낮으며, 최소 한 시즌 분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포수의 프레이밍과 투수의 수비는 별도의 전문 지표로 평가된다.

지표로 재평가하는 NPB의 엘리트 수비수들

선진 수비 지표의 도입으로 NPB 엘리트 수비수들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졌다. 세이부 라이온즈의 겐다 소스케는 2017년 입단 이후 유격수로서 리그 최고 수준의 UZR을 유지하며, 2019년에는 UZR +18.3을 기록했다. 세이버메트릭스 관점에서 이는 수비만으로 약 2승분의 가치에 해당한다. 히로시마의 기쿠치 료스케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2루수로 6년 연속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기간 매년 UZR +10 이상을 기록하여 주관적 평가와 객관적 지표가 일치한 드문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골든글러브 선정이 기자 투표에 기반하기 때문에, UZR 상위 선수가 수상을 놓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2022년에는 퍼시픽리그에서 UZR 1위인 1루수가 수상에서 제외되어 지표와 상의 괴리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구단 프런트 오피스에서는 FA 선수 영입과 계약 협상 시 UZR을 참고 지표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으며, 수비 지표는 팬의 분석 도구에서 구단 경영의 의사결정 자원으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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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킹 기술과 수비 지표의 미래

수비 지표의 정확도는 데이터 수집 기술의 발전과 직결된다. MLB는 2015년 모든 구장에 Statcast를 도입하여 타구 속도, 각도, 야수 이동 속도를 밀리초 단위로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OAA (Outs Above Average) 라는 새로운 지표가 탄생했으며, 기존의 UZR이나 DRS보다 더 정밀한 수비 평가가 가능해졌다. NPB에서도 2020년부터 모든 구장에 TrackMan이 설치되어 투구 데이터 취득은 MLB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야수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필드 트래킹 시스템의 전 구장 도입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일부 구단은 자체적으로 Hawk-Eye나 KinaTrax를 도입하여 자군 선수의 수비 동작을 분석하고 있지만, 리그 전체의 통일된 데이터 인프라 구축은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표준화된 트래킹 데이터가 정비되면 NPB 고유의 OAA 산출, 수비 시프트 효과 검증, 나아가 수비 코칭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해질 것이다. 수비 지표는 과거의 평가 도구에서 실시간 전술 도구로 진화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외야 수비 정량화가 안고 있는 고유의 어려움

내야 수비에 비해 외야 수비의 정량 평가에는 고유한 복잡성이 있다. 외야수는 커버해야 할 면적이 광대하고 타구의 체공 시간이 길어서 첫 발 판단과 주행 경로 선택이 아웃 획득에 직결된다. UZR의 외야 부분은 타구 낙하 지점과 외야수 시작 위치의 관계로 플레이 난이도를 산출하지만, 바람 방향·기온·구장 크기 등 환경 요인 보정이 어렵다. 고시엔 구장의 해풍과 마쓰다 스타디움의 바닷바람은 타구 비거리를 크게 바꾸며, 같은 플라이볼이라도 구장마다 난이도가 달라진다. 또한 외야 펜스까지의 거리와 높이에 따라 다이빙 캐치 가능 여부가 변하므로 구장 간 비교에는 파크팩터의 정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수비 지표와 연봉 사정의 관계

수비 지표가 NPB 연봉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국면이 2018년경부터 가시화되었다. 종래의 연봉 사정은 타격 성적(타율·홈런·타점)과 투수 성적(방어율·승수)이 중심이었으며, 수비 기여는 감각적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UZR 공개 데이터가 보급되면서 선수 측 에이전트가 연봉 협상에서 UZR을 제시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타율이 낮더라도 UZR에서 큰 플러스를 가진 유격수가 수비 기여를 금액 환산하여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구단 측도 계약 갱신 내부 자료에 UZR을 참고치로 포함하게 되었다고 여러 보도가 전하고 있다. 다만 UZR은 단년으로 변동이 크기 때문에 복수년 평균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며, 공식적으로 연봉 사정 기준에 편입된 구단은 보고되지 않았다.

수비 시프트 효과를 둘러싼 논의

MLB에서는 2023년부터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가 금지되었지만, NPB에서는 시프트에 관한 명확한 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 NPB에서의 수비 시프트 채용은 2016년경부터 일부 구단에서 시작되었으며, 데이터 스타디움사의 스프레이 차트(타구 방향 분포)를 기반으로 타자별 최적 배치를 설계하는 팀이 늘었다. 시프트 효과를 검증할 때 UZR 방법론의 응용이 시도되고 있으며, 시프트 배치와 기존 배치에서 동일 존으로의 타구 아웃 획득률을 비교하여 실점 감소 효과를 추정하는 수법이 사용된다. 그러나 NPB에서는 시프트 채용 상세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분석은 구단 내부 비공개 정보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선수회에서는 시프트로 인해 안타가 줄어 타자의 연봉 평가가 하락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