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루 가치는 왜 보이지 않는가
야구에서 주루는 타격이나 투구에 비해 훨씬 적은 관심을 받는다. 도루 수와 리그 도루왕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안타 시 1루에서 3루로 진루하는 판단력이나 외야 플라이에서의 태그업 기술은 전통적인 기록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MLB에서는 빌 제임스가 1980년대에 세이버메트릭스 개념을 도입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BsR(Baserunning Runs)과 UBR(Ultimate Base Running) 같은 지표가 개발되었다. BsR은 도루, 도루 실패, 진루, 태그업 등 주루 전반의 득점 기여를 통합한 지표로, 리그 평균을 0으로 설정하여 양수와 음수로 평가한다. NPB에서는 2010년대 후반부터 트래킹 데이터가 성숙해져 주자의 스프린트 속도(1루 도달 시간 약 4.0~4.4초)와 리드 거리(약 3.0~4.5미터)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본 기사는 이러한 지표를 활용하여 NPB의 주루 효율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NPB의 엘리트 주루 선수들 - 숫자가 밝히는 것
NPB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주루 선수 중 한 명은 세이부 라이온즈의 가타오카 야스유키이다. 2008년 가타오카는 시즌 44도루를 기록하며 성공률 84.6%를 달성했고, 안타 시 1루에서 3루로의 진루율은 리그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같은 시대 야쿠르트의 외야수 아오키 노리치카는 도루 수 자체는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외야 플라이에서의 태그업 성공률이 매우 높아 전체 주루 득점 기여에서 상위권에 위치했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의 슈토 우쿄가 2020년 NPB 신기록인 50경기 연속 도루를 달성했으며, 1루 도달 시간 3.8초대의 쾌속을 자랑한다. 그러나 도루 수만으로는 주루의 전체 모습을 알 수 없다. 슈토는 해당 시즌 8번 도루 실패로 성공률 약 86%였지만, 진루 판단과 태그업을 포함한 종합 주루 지표에서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진정한 주루 기술은 단순한 속도뿐 아니라 투수의 퀵모션 시간, 포수의 팝타임, 외야수의 어깨 강도를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인지 능력을 필요로 한다.
주루 지표의 계산 방법과 실전 활용
주루 효율을 정량화하는 두 가지 대표 지표는 BsR과 UBR이다. BsR은 도루 득점 가치(wSB)와 비도루 주루 가치(UBR)를 합산한 것으로, 시즌 합계 +5.0 이상이면 팀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UBR은 안타 시 진루(1루에서 3루, 2루에서 홈 등), 2루타 시 진루, 외야 플라이에서의 태그업, 폭투나 패스트볼 시 진루를 개별적으로 측정하여 각 상황의 기대 득점 변화를 누적한다. NPB에서는 분석 회사 Delta가 2014년경부터 UBR 상당의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했으며, 구단 프런트 오피스에서도 의사결정에 점점 더 활용하고 있다. 실전에서는 주루 코치가 경기 전 상대 포수의 팝타임(포구에서 2루 송구 도달까지의 시간, NPB 평균 약 1.9~2.0초)과 투수의 퀵타임(세트 포지션에서의 투구 소요 시간, 평균 약 1.2~1.4초)을 분석하여 도루 사인을 결정한다. 합계 시간이 3.3초 이하면 도루가 어렵고, 3.5초 이상이면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트래킹 시대의 주루 분석과 향후 전망
2020년대에 들어 NPB에서도 트래킹 시스템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Hawk-Eye와 TrackMan이 주자의 가속도, 최고 속도, 주로 궤적을 실시간으로 포착하여 이전에는 주관적으로 판단하던 주루 결정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MLB에서는 Statcast의 스프린트 스피드(초속 약 8.0미터 이상이「엘리트」로 분류)가 공개되어 주루 가치가 팬들에게 가시화되고 있다. NPB에서도 유사한 데이터 공개가 진행된다면 팬들의 주루에 대한 관심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주루 효율 향상은 팀 전략에도 직결된다. 시즌을 통해 주루로 +10득점을 올리는 것은 팀 타율 약 .010 상승에 해당하며, 접전이 많은 NPB에서는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수치이다. 앞으로는 주루 전문 코치와 분석가의 배치가 일반화되어, 타격·투구·수비에 이은「제4의 평가축」으로서 주루가 정당하게 평가받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