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창설기 - 모자만 쓰고 타석에 선 시대
NPB가 창설된 1937년부터 전후에 걸쳐 타자가 헬멧을 쓰는 습관은 없었다. 타자는 천 야구 모자만 쓰고 타석에 섰고, 머리를 보호하는 장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투수의 구속은 현대보다 느렸지만, 머리에 사구를 맞아 의식을 잃는 사고는 빈번히 일어났다. 사구로 중상을 입은 선수의 사례는 기록에 남아 있고, 머리 직격으로 선수 생명이 끊긴 케이스도 여럿 있다. 그럼에도 헬멧 도입 논의는 오래 진전되지 않았다. 이유 중 하나는 '헬멧을 쓰는 것은 겁쟁이'라는 풍조가 야구계에 뿌리 깊었고, 용기를 드러내기 위해 머리 보호를 거부한 타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전성보다 사나이다움을 중시하는 문화가 헬멧 보급을 30년 이상 늦췄다.
MLB의 선행과 NPB의 추종 - 1950~60년대
MLB는 1937년 미키 코크런(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이 사구로 두개골 골절을 입어 선수 생명이 끊긴 사고를 계기로 헬멧 도입 논의가 본격화했다. 1956년 MLB는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귀 보호가 없는 단순한 형태였다. NPB는 이 움직임을 참고하면서도 의무화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1950년대 후반부터 일부 타자가 임의로 헬멧을 쓰기 시작했지만 의무는 아니었다. 당시 사진을 보면 같은 팀 안에서도 헬멧 착용자와 모자만 쓴 타자가 혼재해, 선수의 자유의사에 맡겨진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NPB가 타자에게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1962년으로, MLB로부터 6년 늦은 대응이었다.
1962년 의무화 - 그러나 한쪽 귀뿐이었다
1962년 NPB가 타자에게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을 때, 그 헬멧은 현대처럼 양쪽 귀를 보호하는 형태가 아니라 정수리만 덮는 귀 커버 없는 단순한 구조였다. 공이 측두부에 맞으면 귀 보호가 없고, 관자놀이 부근의 직격에는 취약했다. 이 시대에 광대뼈 골절이나 고막 손상을 입은 선수가 적지 않다. 1970년대에 들어 MLB에서 한쪽 귀 헬멧(타석에서 투수 쪽 귀만 보호)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NPB도 이를 따랐다. 한쪽 귀 보호로 귀 손상 위험은 줄었지만, 여전히 반대편 측두부는 노출된 상태였다. 타자가 늦은 스윙 시 튕긴 투구가 반대편 측두부를 직격하는 사고는 한쪽 귀 헬멧 시대에도 계속 발생했다.
1980년대 사구 사고와 양쪽 귀 헬멧 이행
1980년대에 들어 NPB에서는 심각한 사구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 투수의 구속 향상으로 사구의 위력은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타자가 머리에 사구를 맞아 의식 불명이 되어 선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케이스가 보고됐다. 이를 받아 양쪽 귀 헬멧 이행 논의가 본격화했다. 1986년 NPB는 양쪽 귀 보호 헬멧 착용을 신규 입단 선수에게 의무화했고, 기존 선수들에게도 단계적 이행을 촉구했다. 1990년대까지 거의 모든 타자가 양쪽 귀 헬멧을 착용하게 되어 현재의 표준이 확립됐다. 양쪽 귀 헬멧 이행에는 헬멧 무게 증가와 배트 컨트롤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안전성을 우선하는 흐름이 야구계 전체에서 받아들여졌다.
C 플랩의 등장 - 턱·뺨 보호의 추가
양쪽 귀 헬멧이 표준화된 뒤에도 광대뼈와 턱을 보호하는 장비 논의는 계속됐다. MLB에서는 2014년 잔카를로 스탠턴이 사구로 안면 골절을 입은 사고를 계기로 헬멧에 'C 플랩'이라 불리는 뺨 보호 장비를 추가하는 선수가 늘었다. NPB에서도 2010년대 후반부터 C 플랩 착용자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많은 주력 타자가 표준 장비로 사용하고 있다. C 플랩은 의무화되지 않았지만 자발적인 착용이 확산되고 있다. 사구로 커리어를 잃을 두려움을 경험한 선수나 과거 사구로 중상을 입은 선수는 특히 C 플랩을 착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의무화되지 않은 보호 장비가 보급돼 가는 과정은 헬멧 의무화의 역사와 닮은꼴을 이룬다.
뇌진탕 프로토콜과 헬멧의 미래
NPB는 최근 뇌진탕 프로토콜(머리에 충격을 받은 선수를 일시적으로 출장 중지하고 의사의 평가를 받은 뒤 복귀시키는 절차)을 도입했다. 헬멧 의무화가 머리 외상의 물리적 예방책이라면, 뇌진탕 프로토콜은 충격 후의 의학적 관리다. 둘이 결합되면서 타자의 머리 보호는 포괄적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헬멧의 소재 개량(더 가볍고 충격 흡수성이 높은 카본 섬유 등)이나 충격 센서 내장 헬멧 도입도 기술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NPB 헬멧 의무화의 40년사는 선수의 안전이 스포츠 문화 진화에서 늘 최우선이어야 함을 보여준다. 비참한 사고를 거쳐 보호 장비는 단계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다음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적 장비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야구계에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