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 제도의 도입 경위와 리그 간 격차
퍼시픽 리그는 MLB 아메리칸 리그보다 2년 늦은 1975년에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요미우리가 지배하는 센트럴 리그에 밀려 있던 퍼시픽 리그의 공격력과 관중 동원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도입 첫해 경기당 평균 득점이 약 0.5점 상승했다. 센트럴 리그는 투수 타격을 유지하여 거의 50년간 지속되는 규칙 차이를 만들었다. 이 격차는 교류전과 일본시리즈에서 드러난다: 2005년 교류전 시작 이후 퍼시픽 리그 팀들의 누적 승률은 약 .530이다.
찬성 측 논거 - 공격력과 투수 보호
찬성론자들은 여러 데이터를 제시한다. 2019년 센트럴 리그 투수들의 타율은 .096, 출루율은 .122에 불과해 라인업에 사각지대를 만들며 경기당 약 0.3~0.5점의 득점 감소를 초래한다. 투수의 타석 부상은 현실적 우려다: 요미우리 투수 스가노 도모유키가 2017년 번트 시 손가락을 다쳤고, 2015년 히로시마의 크리스 존슨은 스윙 중 손이 골절되어 3주간 선발 등판을 놓쳤다. DH는 베테랑 강타자의 현역 연장에도 기여한다. 마쓰나카 노부히코는 2007~2009년 호크스에서 전임 DH로 54홈런을 기록했다. 야마자키 다케시는 40대 초반까지 라쿠텐에서 생산적인 DH로 활약하며 2008년 40세 나이에 39홈런을 쳐, 팀 공격력 유지와 팬 인기 선수의 장기 활약에 있어 이 포지션의 가치를 입증했다.
반대 측 논거 - 전술적 깊이와 전통
반대론자들은 투수 타격이 센트럴 리그의 전략을 풍부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투수 타순이 돌아올 때 대타 투입 시기, 희생번트 결정, 투수 교체가 더 복잡해진다. 히로시마의 오가타 고이치 감독 하 2016~2018년 3연패는 이 규칙이 가능케 한 뛰어난 대타 전술을 보여주었으며, 2017년 카프는 리그 최고 대타 타율 .278을 기록했다. 투수 타격은 기억에 남는 순간도 만든다. DeNA의 이마나가 쇼타가 2020년 프로 첫 홈런을 쳤고, 한신의 노미 아쓰시가 2019년 9월 중요한 경기에서 역전 2루타를 기록했다. 경제적 우려도 있다. DH 자리 추가는 히로시마나 야쿠르트 같은 소규모 시장 구단에 연봉 압박을 가할 수 있으며, 이들의 총 연봉은 이미 요미우리와 소프트뱅크에 비해 연간 20억 엔 이상 뒤처져 있다.
MLB의 전면 DH 도입과 NPB에 대한 시사점
MLB는 2022년 양 리그에서 DH 규칙을 통일했으며, 내셔널 리그의 경기당 평균 득점이 약 0.3점 증가하고 완봉 경기가 감소했다. 이 결정은 NPB 자체의 논쟁을 더욱 가열시켰다. 2020년 코로나 단축 시즌 동안 센트럴 리그는 임시 DH 도입을 잠시 검토했다. 2023년 구단주 회의에서 여러 구단주가 통일에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도되었으나 공식 제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행을 위해서는 과도기 설정, 교류전 및 일본시리즈 규칙 통일, DH 전문 선수 계약 구조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결과는 NPB의 경쟁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DH 제도와 선수 육성의 구조적 차이
DH 제도의 유무는 드래프트 전략과 선수 육성에 구조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퍼시픽리그 구단은 타격 전문 선수를 드래프트에서 지명하기 쉽고, 수비력이 부족한 강타자를 장기적 DH 후보로 육성할 수 있다. 닛폰햄의 나카타 쇼는 수비에 과제를 안고 있었지만, DH를 포함한 기용으로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통산 20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센트럴리그는 DH 제도가 없어 수비력이 낮은 타자의 출장 기회가 제한되며, 결과적으로 드래프트 단계에서 기피되는 경향이 있다. 팜 육성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퍼시픽리그 2군은 DH 제로 경기를 치러 젊은 타자가 수비 부담 없이 타석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센트럴리그 2군도 DH 제를 사용하지만, 1군 승격 후 DH가 사라지는 격차가 과제로 남아 있다.
TV 중계와 DH 제도가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
DH 제도 논의는 경기 면뿐만 아니라 방송 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TV 중계에서 투수의 타석은 시청자 관심이 낮은 시간대로 여겨진다. 방송 관계자들은 센트럴리그 중계 시 8번·9번 타석에서 시청률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지적해왔다. 반면 DH 제를 채택한 퍼시픽리그는 타선의 끊김이 적어 각 타석에 일정한 기대감이 유지된다. 그러나 투수가 타석에 서면서 만들어지는 드라마성은 대체할 수 없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2019년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소프트뱅크의 센가 고다이가 스퀴즈를 성공시킨 장면은 퍼시픽리그 측임에도 투수 타석이 큰 화제를 모은 사례로 꼽힌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상으로 관전 스타일이 변화하는 가운데, 타선 구성이 시청 경험에 미치는 영향은 중계권 협상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국제대회에서의 DH 제도와 NPB 선수 적응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에서는 DH 제도가 채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센트럴리그 투수는 국제대회에서 타석에 설 필요가 없고, 퍼시픽리그의 DH 전담 선수는 대표 선발에 유리한 이점이 있다. 2023년 WBC에서 일본 대표로 선발된 야수 중 퍼시픽리그 소속 선수가 다수를 차지한 배경에는 DH 제도 환경에서 단련된 타격력이 높이 평가된 면이 있다. 반면 센트럴리그 선수들은 투수를 포함한 전체 타선으로 싸운 경험이 풍부하여 대타와 희생번트 기술이 뛰어난 선수가 많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는 이러한 전술 기회가 줄어들어 센트럴리그의 전술적 강점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NPB가 유니버설 DH를 도입할 경우 국제대회와의 친화성이 높아져 양 리그 간 대표 선발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