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B 선수의 정신건강 위기 - 말해지지 않았던 마음의 어둠

침묵의 문화 - 정신건강이 금기였던 구계

일본 프로야구계에서 정신적 약함을 보이는 것은 오랫동안 금기시되어 왔다. 문제는 '투지가 부족하다' '근성이 없다'는 말로 일축되었고,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의 약함으로 취급되었다. 이 태도의 근저에는 전후 일본 스포츠계에 깊이 뿌리내린 정신주의 문화가 있다. 1960~70년대에 전성기를 맞은 '스포콘' 문화는 고통을 견디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심리적 고통을 입에 담는 것 자체를 수치로 여겼다. 프로야구도 예외가 아니어서,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는 것이 일류의 증거로 여겨졌고,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수는 '프로 실격' 낙인이 찍힐 위험이 있었다. 선수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도 구단은 공표를 피하고 '컨디션 불량' '조정 중'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처리했다. 선수 자신도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침묵의 문화는 선수가 도움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문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전환점은 2010년대 후반에 찾아왔다. MLB에서 선수들이 우울증과의 싸움을 공개하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일본에서도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지만, 구계 전체의 의식 개혁은 아직 진행 중이며 '약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규범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

현역 선수의 압박 - 숫자에 쫓기는 나날

프로야구 선수는 항상 통계 수치로 평가받는다. 타율, 방어율, 홈런 수 등의 지표가 연봉에 직결되며, 부진은 즉시 2군 강등이나 방출로 이어진다. NPB의 지배하 선수 등록은 팀당 70명, 12구단 합계 840명에 불과하다. 매년 10월 약 100명의 선수가 전력외 통보를 받고 프로 세계를 떠난다. 이 치열한 생존 경쟁이 선수의 정신 상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드래프트 상위 지명으로 입단한 선수는 주변의 기대와 자신의 성적 사이의 괴리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잠을 못 자고, 식사를 못 하고, 구장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진다는 증언은 드물지 않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손이 떨리고 스트라이크존이 보이지 않게 되며, 불펜에서 던지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난다는 투수도 적지 않다. 또한 SNS의 보급이 선수의 스트레스를 증폭시키고 있다. 경기 후 에러나 범타 장면이 잘려 확산되고 익명의 비판이 쏟아진다. 젊은 선수일수록 SNS와의 거리감을 잡지 못해 비방중상에 정신적 피해를 받기 쉽다.

부상과 정신적 고통의 연쇄

신체 부상은 선수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장기 이탈을 강요받은 선수는 복귀에 대한 불안, 포지션을 빼앗기는 공포, 팀에 기여하지 못하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NPB에서는 매년 많은 선수가 토미 존 수술(척측부인대 재건술)을 받으며, 복귀까지 12~18개월이 소요된다. 이 긴 재활 기간은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큰 부담을 준다. 재활 기간의 고독감도 심각하다. 팀 동료가 경기에 출전하고 승리를 함께 기뻐하는 가운데, 혼자 트레이닝룸에 틀어박혀 지내는 나날은 정신적으로 가혹하다. 한 전직 외야수는 '재활 중 가장 힘든 것은 TV로 팀 경기를 보는 것이었다. 나 없이도 팀은 돌아갔다. 매일 밤 내가 필요한 존재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부상이 반복되면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절망감이 생기며, 일부 선수는 우울 상태에 빠진다. 최근 스포츠 의학 연구에서는 전방십자인대 파열 후 약 30%의 선수가 임상적 우울 증상을 보인다는 데이터도 보고되었다. 신체 재활과 동시에 심리 케어를 진행하는 '이중 회복' 개념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NPB에서의 도입은 아직 제한적이다.

은퇴 후의 상실감 - 정체성의 붕괴

NPB 선수의 평균 은퇴 연령은 29세 전후로, 많은 선수가 30대 초반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러나 10대부터 오직 야구만을 위해 살아온 선수에게 은퇴는 단순한 커리어의 끝이 아니라 정체성의 붕괴를 의미한다. '야구 선수가 아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은퇴 후 우울증을 발병하는 전직 선수가 적지 않다. 문제의 뿌리 깊음은 일본 야구 육성 시스템의 구조에 있다. 소년야구부터 고교야구, 대학·사회인을 거쳐 프로에 이르기까지, 선수는 야구 이외의 기술이나 사회 경험을 쌓을 기회가 거의 없다. 그 결과 은퇴 시 '야구밖에 해본 적 없다'는 현실에 직면하여 막막해하는 선수가 끊이지 않는다. 기요하라 가즈히로의 약물 의존은 은퇴 후의 상실감이 근저에 있었다고 한다. 525홈런을 친 강타자조차 유니폼을 벗은 후의 공허함을 채우지 못했다. 경제적 문제도 정신적 고통을 증폭시킨다. 현역 시절 수천만 엔의 연봉을 받던 선수가 은퇴 후 수입이 급감한다. 사회와의 접점을 잃고, 경제적으로도 궁지에 몰리며, 고립되어가는 전직 선수의 모습은 화려한 프로야구 이면의 심각한 문제다.

지원 체제의 현황과 과제

최근 NPB는 정신건강 지원 체제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선수회와 연계한 상담 창구 설치, 구단에 스포츠 심리사 배치, 은퇴 전 커리어 상담 등이 실시되고 있다. 2020년대 들어 여러 구단이 멘탈 퍼포먼스 코치를 전임으로 고용하기 시작한 것은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원 체제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한 편견이 뿌리 깊어, '약한 선수'로 보일까 두려워 상담을 주저하는 선수가 많다. 한 구단의 스포츠 심리사는 '선수가 스스로 상담을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코치나 스태프가 이상을 감지하여 소개해 오는 경우'라고 밝혔다. 즉, 선수가 자발적으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MLB와의 비교는 시사적이다. 2014년 노사협약 개정 이후 MLB는 모든 30개 팀에 공인 정신건강 전문가 상주를 의무화했다. 상담을 받는 것이 '약함'이 아니라 '프로로서의 자기 관리'로 인식되고 있다. NPB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첫째, 전 구단에 정신건강 전문가 상주 의무화. 둘째, 육성 단계부터의 정신건강 교육 도입. 셋째, 은퇴 후 지원 프로그램 확충. 정신건강 문제를 '약함'이 아닌 '케어가 필요한 건강 과제'로 인식하는 문화의 조성이 시급하다. 선수가 안심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개별 선수의 인생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 전체의 지속가능성에도 관련된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