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시대의 에이스 - 무라야마와 에나쓰
한신 타이거스의 투수 역사는 두 명의 위대한 에이스, 미노루 무라야마와 유타카 에나쓰로부터 시작된다. 무라야마는 1959년부터 1972년까지 통산 222승을 기록하며 2.09라는 압도적인 방어율을 남겼다. 그의 후계자 에나쓰는 1968년 시즌 401탈삼진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에나쓰의 탈삼진율은 당시 NPB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며, 왼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직구와 커브의 조합은 타자들을 농락했다. 그러나 에나쓰는 1975년 난카이로 트레이드되어 한신은 최대의 무기를 잃었다. 무라야마-에나쓰 시대에 한신의 팀 방어율은 리그 상위를 유지했으며, 투수력이 팀의 근간이었다. 이 두 사람이 세운「투수의 한신」이라는 전통은 후세대에도 계승되어 갔다.
암흑시대의 투수 사정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신은 장기 침체기에 들어갔다. 1985년 일본시리즈 우승 이후, 진정한 투수 기둥이 없는 시즌이 이어졌다. 이 시기의 에이스급 투수로는 나카타 코지, 유부네 토시로, 야부 게이이치 등이 있었지만, 누구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팀 방어율은 1990년대에 리그 하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 1999년에는 4.65를 기록했다. 투수진의 부진은 빈약한 타선과 맞물려 꼴찌와 B클래스가 일상화되는 요인이 되었다. 드래프트 전략에서도 즉전력 투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육성 면에서도 다른 구단에 뒤처졌다. 이 암흑시대의 경험이 결국 투수 육성 중시로의 전략적 전환을 이끌어냈다.
후지카와와 JFK 시대
2000년대 중반, 한신의 투수진은 극적인 부활을 이루었다. 그 상징이 바로 후지카와 큐지이다. 후지카와의「파이어볼 스트레이트」는 최속 156km/h를 기록했으며, 타자가 알고 있어도 칠 수 없는 직구로 전설이 되었다. 2005년에는 JFK 릴리프 트리오(제프 윌리엄스, 후지카와, 구보타 토모유키)가 확립되어, 6이닝까지 리드하면 승리를 확정짓는 필승 패턴이 완성되었다. 그해 팀 방어율 3.24는 리그 2위를 기록하며 리그 우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후지카와는 통산 220 세이브 포인트(세이브 + 홀드)를 기록하며 NPB를 대표하는 릴리버가 되었다. JFK의 성공은 선발 완투형에서 분업제로의 전환을 한신에 정착시켰다.
2023년 투수 왕국과 미래 전망
2023년 한신 타이거스는 팀 방어율 2.66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투수 왕국을 구축했다. 무라카미 쇼키가 방어율 1.75로 사와무라상을 수상했고, 오타케 코타로가 12승, 이토 쇼지가 10승을 올리며 선발진이 안정되었다. 불펜도 이와사키 유의 35세이브를 필두로 시마모토 히로야, 기리시키 타쿠마 등이 승리 패턴을 확립했다. 이 투수력은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능숙한 투수 운용과 코칭스태프의 육성 능력의 결실이다. 2024년 이후에도 사이키 코지, 니시 준야 등 젊은 투수들이 대두하고 있어 투수 왕국의 지속 가능성은 높다. 한신의 역사를 돌아보면, 우승한 해는 예외 없이 투수력이 리그 상위였으며, 데이터로도 투수력이야말로 한신 타이거스의 생명선임이 입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