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에서 빛을 보지 못한 남자
랜디 바스는 MLB에서 트윈스, 엑스포스, 파드리스, 레인저스 4개 팀을 거치며 130경기에 출장해 타율 .212, 9홈런에 그쳤다. 1983년 29세의 나이로 한신 타이거스에 입단했을 때 큰 기대를 건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NPB 투수들의 스타일은 그에게 완벽하게 맞았다. 바스는 첫해부터 타율 .326, 35홈런을 기록하며 한신 팬들을 경악시켰다. 그의 이야기는 MLB에서 부진했던 타자가 NPB에서 위대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일미 야구 스타일의 차이를 상징한다.
1985-86년 2년 연속 3관왕
바스는 1985년 타율 .350, 54홈런, 134타점으로 3관왕을 차지했다. 54홈런은 오 사다하루의 시즌 기록 55개에 육박했지만, 요미우리전에서 논란이 된 고의사구로 기록 달성이 좌절되었다. 이는 오의 기록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1986년 바스는 더욱 압도적이었다. 타율 .389, 47홈런, 109타점으로 2년 연속 3관왕을 달성했다. .389 타율은 타율 .389는 1986년 달성 이래 NPB 역대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26년 시점). 2년 합산 타율 .369, 101홈런, 243타점은 NPB 역사상 가장 지배적인 2시즌이라 할 수 있다.
바스의 타격 기술
바스의 타격은 뛰어난 선구안과 배트 컨트롤이 특징이었다. 1986년 볼넷 104개는 삼진 59개를 크게 웃돌아 엘리트 타자의 규율을 보여주었다. 바스는 고시엔 구장의「하마카제」바람을 활용해 의식적으로 좌측 방향 타구를 늘렸다. 좌타자인 바스에게 우측에서 좌측으로 부는 바람은 타구를 멀리 날려주는 순풍이었다. 또한 바스는 NPB 투수들이 자주 구사하는 슬라이더와 커브에 대한 대응력이 뛰어나 변화구를 반대 방향으로 유타하는 기술이 탁월했다. 테드 윌리엄스가「타격의 과학」을 추구한 것처럼, 바스도 분석적 접근법으로 NPB 투수를 공략했다.
갑작스러운 퇴단과 전설화
바스는 1988년 시즌 도중 아들의 중병으로 긴급 귀국하여 그대로 퇴단했다. 한신에서의 5년간 통산 성적은 타율 .337, 202홈런, 486타점이다. 짧은 재적 기간이었지만 그 충격은 NPB 역사상 최대급이었다. 바스 퇴단 후 한신은 긴 암흑기에 돌입했고, 팬들 사이에서는「바스가 있었다면」이라는 탄식이 반복되었다. 바스는 2024년 NPB 야구 명예의 전당(특별 표창)에 선출되어 그 공적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바스의 .389는 야구 역사상 궁극의 타격 기록 중 하나로, 이 기록이 깨지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1985년 한신 우승과 바스의 역할
1985년은 한신 타이거스가 21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른 해이다. 바스는 카게후 마사유키, 오카다 아키히로와 함께「뉴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핵심을 이루었다. 바스가 3번, 카게후가 4번, 오카다가 5번을 치는 클린업은 상대 투수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파괴력을 자랑했다. 일본시리즈에서 세이부 라이온즈를 4승 2패로 꺾었으며, 바스는 시리즈 타율 .368로 MVP를 획득했다. 1985년 한신은 바스 혼자의 힘이 아닌 팀 전체가 맞물린 드문 시즌이었지만, 바스의 3관왕이 정신적 지주였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고의사구 논란과 NPB 기록의 정치학
1985년 10월, 바스는 홈런왕 경쟁에서 54개에 도달했다. 오 사다하루가 1964년에 세운 시즌 55개 기록에 1개 차이로 다가갔지만, 요미우리전에서 4타석 연속 고의사구를 당했다. 당시 요미우리 감독이었던 오 사다하루 본인이 자신의 기록을 지키라고 지시했다는 비판이 폭발했고, 각 신문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NPB에는 공식적인 고의사구 제한 규정이 없어 전술적 판단으로 분류되었으나, 외국인 선수가 일본인 기록에 육박할 때 사구로 막는 행위는 불공정하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 사건은 NPB의 기록에 대한 의식을 바꾸고, 외국인 선수의 기록 달성을 방해하는 자세에 대한 비판이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다.
NPB 외국인 타자 계보에서 바스의 위치
NPB 외국인 타자 역사에서 바스는 최정상에 위치한다. 바스 이전에는 리 형제 (다이요), 부머 웰스 (한큐) 등이 활약했고, 바스 이후에는 터피 로즈 (긴테쓰, 요미우리), 알렉스 카브레라 (세이부) 등이 시즌 55홈런의 벽에 도전했다. 로즈와 카브레라는 2001-2002년에 모두 55개에 도달했지만 갱신에는 이르지 못했다. 타율 .389에 필적하는 외국인 타자는 없으며, 출루율 .515, OPS 1.292도 역대 외국인 선수 중 돌출적이다. 바스는 단순히 기록을 남긴 것이 아니라 외국인 선수가 NPB에서 도달할 수 있는 천장을 보여준 존재이며, 이후 모든 용병 외국인의 평가 기준 그 자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