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명단의 전략적 활용 - 등록과 말소의 두뇌 싸움

출전 선수 등록 제도의 구조

NPB의 출전 선수 등록은 1군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를 29명(2024년 기준)으로 제한하는 제도이다. 말소된 선수는 최소 10일간 재등록이 불가능하며, 이 제약이 전략적 운용을 낳고 있다. MLB의 부상자 명단(IL)과 달리 NPB에는 공식 부상자 명단이 없으며, 구단은 말소 사유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로 인해 실제로 부상이 없는 선수를 전략적으로 말소하고 상대에 맞춰 교체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2023시즌에는 12구단 합계 약 1,200회의 등록 변경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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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운용의 실태

가장 일반적인 전략적 운용은 선발 투수의 로테이션 관리이다. 6일 간격으로 등판하는 선발 투수를 등판 다음 날 말소하고 10일 후 재등록함으로써 벤치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활용할 수 있다. 2022년 오릭스 버팔로즈는 이 방법을 철저히 실행하여 연간 180회 이상의 등록 변경을 하고, 실질적으로 35명 이상의 선수를 1군에서 기용했다. 좌타자가 많은 상대에게는 우투수를, 우타자가 많은 상대에게는 좌투수를 등록하는 플래툰식 운용도 볼 수 있다. 전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 구도 기미야스는 등록 운용을 '보이지 않는 보강'이라고 표현했다.

선수에 대한 심리적 영향

빈번한 등록 변경은 선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는 항상 불안정한 입장에 놓이며 정신적 부담이 크다. 2020년 쓰쿠바대학 조사에 따르면, 시즌 중 3회 이상 말소를 경험한 선수의 타율은 안정적으로 1군에 머문 선수보다 평균 .020 낮았다. 반면 2군에서의 조정 기간이 퍼포먼스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2021년 한신 타이거스의 사토 테루아키는 6월 말소 후 2군에서 타격 폼을 수정하고, 재등록 후 월간 타율 .310을 기록했다.

제도 개혁 논의

등록 제도의 투명성 향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23년 선수회가 NPB에 말소 사유 공개 의무화를 제안했으나, 구단 측은 전략의 자유도가 제한된다며 반대하여 계속 심의 중이다. MLB는 2023년부터 IL 최소 일수를 15일로 통일하여 전략적 남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NPB에서도 유사한 개혁이 검토되고 있으며, 2025년 규칙위원회에서 말소 최소 일수를 10일에서 15일로 연장하는 안이 의제에 올랐다. 팬들 사이에서도 응원하는 선수의 갑작스러운 말소에 대한 불만이 SNS에서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2군 시설과 조정 환경의 격차

등록말소 중인 선수가 지내는 2군 환경은 구단에 따라 크게 다르다. 자체 팜 시설에 실내 연습장과 영상 분석실을 갖춘 구단에서는 말소 기간을 적극적인 기술 수정에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시설이 제한된 구단에서는 실전 기회의 부족으로 선수의 컨디션 유지가 과제가 된다. 육성 계약 선수가 많은 구단일수록 2군 경기가 편성되기 쉬워 지배하 선수가 타석이나 등판 기회를 확보하기 유리한 구조도 있다. 이처럼 동일한 제도상의 처우라 하더라도 소속 구단의 설비 투자 차이가 선수의 성장 기회에 직결되는 점은 제도의 공평성을 논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쟁점이다.

데이터 분석 부서와 등록 판단의 고도화

구단 프런트오피스에 데이터 분석 부서가 설치되면서 등록과 말소의 판단 기준이 속인적 경험칙에서 정량적 지표로 이행하고 있다. 상대 팀의 타선 구성이나 투타 궁합을 수치화하여 특정 카드에 맞춰 어떤 선수를 승격시킬지 사전에 시뮬레이션하는 구단이 늘고 있다. 타자의 대좌우 피안타율, 투수의 이닝별 피출루율, 나아가 구장 특성을 결합한 복합 모델을 활용함으로써 경험에 의존한 판단에서는 간과했던 교체 효과를 가시화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수치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선수의 컨디션이나 팀 내 인간관계도 판단에 영향을 미치므로 분석과 현장 감각의 양립이 요구되고 있다.

국제대회와 등록 틀 운용의 양립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나 프리미어 12 등 국제대회가 시즌에 근접하는 해에는 대표 후보 선수의 등록 틀 운용이 한층 복잡해진다. 대회 전 조정 기간 중 주력 선수를 일시적으로 말소하여 휴양시키는 판단은 단기적 전력 저하를 감수하고 시즌 전체의 퍼포먼스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자리매김한다. 대표 사퇴를 회피하면서 팀 승률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틀 조작은 수뇌진에게 어려운 균형점의 모색이 된다. 나아가 국제대회에서 부상한 선수의 복귀 시기를 내다본 틀 확보도 필요하며, 등록 틀의 탄력적 운용 능력이 편성 부문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는 영역이 되고 있다. 구단 간 정보 격차가 벌어질수록 제도 운용의 교졸이 시즌 순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