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B에서 '대타의 비장의 무기'가 사라진 이유 - 숫자로 읽는 전문직으로서의 대타의 쇠퇴

'대타의 비장의 무기'라는 직업이 존재했던 시대

NPB에는 오랫동안 '대타의 비장의 무기'라는 독특한 포지션이 존재했다. 다카이 야스히로(도에이·닛타쿠·닛폰햄)는 통산 대타 홈런 27개의 NPB 기록을 보유하며 '대타의 신'으로 불렸다. 한신의 히야마 신지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은퇴하는 2013년까지 대타의 비장의 무기로 기능하며, 2005년에는 대타 타율 .370을 기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비 기회가 거의 없고 타격 한 가지에 특화된 존재였다는 것이다. 한 경기에 1타석, 많아야 2타석. 그 제한된 기회에 결과를 내는 집중력과 기술이 대타 전문직의 본질이었다.

벤치 명단 쟁탈전 - 13인 투수 체제가 대타 자리를 압박했다

대타 전문직이 쇠퇴한 최대의 구조적 요인은 벤치 명단에서 투수 점유율의 상승이다. NPB의 1군 등록 인원은 29명(2024년 기준), 벤치 입성은 25명이다. 2000년대 전반까지는 투수 11~12명이 일반적이었지만, 2010년대 이후 13명, 경우에 따라 14명을 등록하는 구단이 늘었다. 릴리프 투수의 분업제가 진행되어 셋업맨, 브릿지, 원포인트 릴리프(2024년 이후 3인 제한으로 변화) 등 역할이 세분화된 결과 투수 명단이 팽창했다. 투수에 13자리를 쓰면 야수는 12자리. 선발 9명을 빼면 후보 야수는 3명뿐이다. 이 3자리에 백업 포수 1명을 넣으면 나머지는 2자리. 수비 교체 요원이나 대주자 요원도 필요한 상황에서 타격밖에 못하는 대타 전문 선수에게 1자리를 할애할 여유는 사라졌다.

유틸리티화의 물결 - '복수 포지션을 수비할 수 있는 것'이 생존 조건이 되다

후보 야수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칠 수 있는 후보'와 '수비할 수 있는 후보'가 별도로 존재할 수 있었지만, 명단이 축소된 현재 후보 야수에게는 '치면서 수비도 할 수 있을 것'이 요구된다. 내야와 외야 모두 수비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중용되며, 수비 위치를 가리지 않고 기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벤치 입성의 조건이 되었다. 2020년대 NPB에서는 후보 야수의 대부분이 2포지션 이상을 수비할 수 있는 선수로 채워져 있다. 소프트뱅크의 슈토 유쿄는 대주자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외야 수비도 소화할 수 있기에 벤치에 남을 수 있다. 순수하게 '타격만 하는' 선수는 대타 성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벤치 명단 효율성 관점에서 도태되는 구조가 되었다.

DH제의 영향 - 퍼시픽리그에서는 대타 출장 기회 자체가 줄었다

퍼시픽리그에서는 DH제의 존재가 대타 전문직의 쇠퇴를 더욱 가속시켰다. 센트럴리그에서는 투수 타순에 대타를 보내는 장면이 매 경기 발생하지만, 퍼시픽리그에서는 투수에게 대타를 보낼 필요가 없다. DH에 장타력 있는 베테랑을 배치하면 대타의 출번은 경기 후반의 극히 제한된 장면으로 좁혀진다. 퍼시픽리그에서 대타가 사용되는 것은 주로 수비 교체와의 겸합으로 하위 타선 선수를 교체하는 장면이나 연장전의 승부처에 한정된다. 경기당 대타 기회가 구조적으로 센트럴리그보다 적기 때문에 대타 전문으로 살아남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센트럴리그에서도 2024시즌까지는 투수가 타석에 섰지만, 장래 유니버설 DH가 도입되면 센트럴리그에서도 같은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 야구가 '대타 신화'를 해체했다

대타의 비장의 무기에는 '승부 근성'이라는 신화가 따라다녔다. 경기 후반 여기서라는 장면에서 칠 수 있는 특별한 정신력을 가진 선수가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세이버메트릭스의 침투는 이 신화를 통계적으로 해체했다. 대타 타율은 소표본이며, 연간 50~80타석 정도의 성적은 분산이 극히 크다. 어느 해 대타 타율 .350을 기록한 선수가 이듬해 .180으로 침몰하는 것은 드물지 않으며, '대타의 승부 근성'은 재현성이 낮은 지표임이 데이터로 입증되고 있다. 프런트가 데이터에 기반하여 로스터 편성을 하게 되면서, 재현성 낮은 '대타의 승부 근성'에 1자리를 할애하기보다 수비·주루에서도 공헌할 수 있는 유틸리티에 자리를 쓰는 것이 기대치가 높다는 판단이 주류가 되었다. 대타의 비장의 무기는 감각의 시대의 산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대타'의 순간은 야구의 묘미로 남는다

전문직으로서의 대타는 쇠퇴했지만, 대타라는 행위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기 후반 감독이 벤치에서 선수를 지명하고, 그 선수가 넥스트 배터스 서클에서 타석으로 향하는 순간의 긴장감은 야구가 가진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 중 하나이다. 2023년 일본시리즈 7차전에서 오릭스의 스기모토 유타로가 대타로 적시타를 날린 것은 대타가 가진 극적인 힘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달라진 것은 그 역할을 맡는 선수의 프로필이다. 과거의 '타격만 하는 장인'에서, 평소에는 수비 교체나 대주자도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마침 대타 장면에서 타석에 서는 형태로 바뀌었다. 대타의 비장의 무기라는 '직업'은 사라져도 대타의 '순간'은 영원히 야구의 일부로 남을 것이다. NPB의 역사에서 다카이 야스히로나 히야마 신지로 같은 순수한 대타 장인이 다시 나타나는 것은 구조적으로 이미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기록과 기억은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한 타석의 무게'를 후세에 계속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