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심판 실험의 경위
NPB의 로봇 심판 실험은 2022년 가을 피닉스리그(교육리그)에서 처음으로 공식 실시되었다. 미야자키현 내 구장에 TrackMan 레이더를 설치하여 총 8경기에서 약 2,400구의 투구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실험은 MLB가 2019년부터 독립리그에서 추진해 온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의 지견을 참고하여 기획되었으며, NPB 기술위원회와 심판부가 공동 운영했다. 실험 목적은 '기계 판정의 정확도 검증'과 '심판원의 판정 경향 시각화' 두 가지였으며, 경기 공식 기록에 영향을 주지 않는 형태로 병행 운용되었다. 2023년에는 이스턴리그 3경기에서도 추가 테스트가 실시되어 데이터 축적이 진행되고 있다.
판정 정확도 검증 결과
2022년 피닉스리그 실험에서 TrackMan 기계 판정과 주심 판정의 전체 일치율은 약 94.2%였다. 불일치가 발생한 약 5.8%의 투구를 분석한 결과, 존 하단(무릎 부근)에서의 불일치가 전체의 42%를 차지했고, 이어서 바깥쪽 낮은 코스 부근이 28%였다. 흥미로운 점은 카운트 0-2(투수 유리)에서 심판이 존을 약간 넓게 잡는 경향이 있어 일치율이 91.3%로 하락한 반면, 초구나 카운트 3-0에서는 일치율이 96.8%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MLB의 AAA 테스트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보고되어, 인간 심판이 카운트 상황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존을 조정하고 있음이 수치로 뒷받침되었다. TrackMan의 공칭 측정 오차는 1.27cm 이내이지만, 회전에 의한 궤적 변화가 큰 투구(특히 세로 슬라이더와 포크볼)에서는 최대 2.5cm의 오차가 관측되었다.
선수와 심판의 반응
실험에 참가한 선수들로부터는 찬반 양론이 나왔다. 소프트뱅크의 젊은 투수는 낮은 볼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지 않게 되는 엄격함이 있지만, 판정이 일관된다면 대책을 세우기 쉽다는 의견을 냈다. 타자 측에서는 '아슬아슬한 코스의 보송이 정확하게 판정된다면 선구안이 좋은 타자가 유리해진다'는 긍정적 의견이 많았다. 반면 심판원들의 반응은 복잡했다. 베테랑 심판들 사이에서도 오랜 경험으로 쌓아온 판정 기술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역할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NPB 심판부는 실험 후 보고서에서 '기계 판정은 심판의 보조 도구로 활용해야 하며, 최종 판정권은 계속 심판원에게 귀속시키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향후 실험 계획과 과제
NPB는 2025년 이후 2군 공식전에서의 본격적인 ABS 시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스턴리그와 웨스턴리그 각 5경기, 총 10경기에서 '챌린지 방식'(1팀 1경기 2회까지 기계 판정 요청 가능) 시험 운용이 계획되어 있다. 기술면에서는 야외 구장의 우천 시 정확도 저하 대책으로 렌즈 발수 코팅이나 적외선 카메라 병용이 검토되고 있다. 비용면에서는 12개 구단의 2군 홈구장 전체에 기기를 설치할 경우 총액 약 4억 엔으로 시산되며, NPB 기구와 각 구단의 비용 분담이 협상의 초점이 되고 있다. MLB가 2025 시즌 메이저리그 본 경기 도입을 시야에 넣고 있는 만큼, NPB로서도 국제 표준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ABS 도입이 가져올 투수와 타자의 전략 변화
자동 판정이 본격 도입될 경우 투수와 타자 양측에 전략적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투수에게는 심판 개인의 버릇에 기대어 경계 코스에서 스트라이크를 얻는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되어 물리적으로 존을 통과하는 제구력이 더욱 요구된다. 특히 존 하단의 볼을 스트라이크로 받아왔던 투수는 배구 재구축이 필요하다. 타자 측에서는 기계 판정으로 헛스윙 삼진의 정확도가 높아져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경계구를 보내는 판단력이 공정히 평가된다면 출루율 중시 타격 스타일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국제 비교로 본 각국 리그의 도입 현황
ABS 기술의 도입 현황은 각국 리그별로 크게 다르다. MLB는 2019년 애틀랜틱리그에서 첫 실전 테스트를 실시한 후 AAA 마이너리그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시합 수를 확대해왔다. 한국프로야구 KBO는 2024년 2군전에서 독자 챌린지 제도를 시험 도입해 영상과 기계 판정을 병용하는 재판정 방식을 채택했다. 대만 CPBL에서도 시험적 운용이 검토되고 있다. 각국 공통 과제는 야외 구장에서의 기상 영향과 볼 심선·회전에 의한 궤도 변화 대응 정밀도이다. NPB는 이러한 국제적 동향을 참조하면서 일본 고유의 야구 문화 및 심판 제도와의 정합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관중 체험과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영향
로봇 심판 도입은 경기 공정성뿐 아니라 관중의 관전 체험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인 프로야구에서는 경계 판정을 둘러싼 감독 항의와 심판과의 논쟁이 볼거리 중 하나로 구장 분위기에 기여해왔다. 기계 판정으로 이러한 장면이 줄어들면 경기 템포는 개선되지만 극장성이 약해질 가능성도 지적된다. 반면 MLB 챌린지 제도에서는 판정 번복 순간 구장이 들끓는 새로운 연출 효과가 생겨나고 있다. 대형 비전에 존 영상을 리플레이 표시해 판정 과정을 가시화함으로써 관중의 이해와 수긍을 촉진하는 시도도 각국에서 모색 중이다. 기술 도입과 흥행적 매력의 양립이 향후 구현의 중요한 논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