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부서의 탄생
NPB에 전문 데이터 분석 부서가 설치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후반이다. 소프트뱅크가 선구자로, 2015년경부터 전임 데이터 분석가를 고용하여 경기 중 실시간 분석을 감독과 코치에게 제공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2024년 기준 12개 구단 모두 어떤 형태로든 분석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규모와 영향력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소프트뱅크와 DeNA는 10명 이상의 분석가를 보유한 대규모 부서를 운영하는 반면, 일부 구단은 2-3명의 직원이 다른 업무와 병행하며 분석을 담당한다. MLB에서는「머니볼 혁명」이후 분석 부서가 구단 운영의 핵심이 되었으며, 30개 구단 모두 20명 이상의 분석가를 고용하고 있다.
데이터가 바꾸는 경기 중 판단
분석 부서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경기 중 의사결정이다. 타자별 배구 경향, 투수의 구종별 피안타율, 최적의 수비 시프트 배치 등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벤치에 전달된다. 한신은 2023년 우승 시즌에 데이터 기반 수비 시프트를 적극 채용하여 팀 수비율 향상에 기여했다. 라쿠텐은 벤치에 태블릿을 배치하여 코치가 경기 중 데이터를 참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다. 그러나 데이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위험을 수반한다. 요미우리의 하라 다쓰노리 전 감독은 데이터를 참고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상황을 읽어 판단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으며, 데이터와 경험의 균형을 강조했다.
트래킹 데이터의 활용
NPB는 2020년대에 트래킹 시스템 도입을 가속화했다. 투구의 회전수, 회전축, 변화량,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가 매 투구마다 기록된다. 이 데이터는 구종 개발에 혁명을 가져왔다. 히로시마의 모리시타 마사토는 트래킹 데이터를 활용하여 커터의 회전축을 조정하고 피안타율을 크게 개선했다. 타자 측에서도 데이터 활용이 진행되고 있으며, 자신의 스윙 데이터와 투수 데이터를 교차 참조하여 타석 전 전략을 세우는 선수가 늘고 있다. MLB의 Statcast는 2015년부터 모든 구장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NPB의 트래킹 환경은 MLB에 비해 5-8년 뒤처진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 기술의 과제와 미래
NPB 분석 부서가 직면한 최대 과제는 데이터와 현장 사이의 가교 역할이다. 아무리 정교한 분석 결과라도 감독과 코치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데이터를 보여줘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DeNA는 분석가를 덕아웃에 상주시켜 코치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데이터를 의사결정으로 전환하는 체제를 구축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세이부는 2024년에 전직 프로야구 선수를 분석 부서 책임자로 임명하여 현장 경험과 데이터 리터러시를 겸비한 인재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앞으로는 분석가 육성과 데이터 문화의 조직 전체 침투가 구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드래프트와 로스터 구성의 데이터 활용
분석 부서의 역할은 경기 중 전술에 머물지 않고 드래프트 전략과 선수 편성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아마추어 선수의 트래킹 데이터를 독자적으로 수집하여 장래성 평가에 반영한다. 체격과 잠재력 같은 기존 스카우트의 주관적 요소에 회전 효율과 타구 각도 분포 등 객관적 지표를 병용하여 평가 정밀도를 높이는 구단이 늘고 있다. DeNA는 후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부상 위험 예측 모델도 개발했다. 트레이드 판단에서도 노화 곡선과 유사 선수 비교를 활용한 미래 예측이 사용되고 있다.
구단 간 데이터 격차
분석 부서의 성숙도는 구단 간에 큰 차이가 있다. 소프트뱅크, DeNA, 라쿠텐처럼 모기업이 IT 기업인 구단은 기술 인력 채용과 데이터 기반 구축 능력에서 우위를 점한다. 모기업이 미디어나 식품계인 구단은 데이터 인재 확보와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여 수준도 과제로, 동일한 역량의 인재가 IT 업계로 유출되는 구조가 있다. 이 격차가 승패에 직접 결정하지는 않지만, 선수 육성과 스카우팅 효율에 장기적 차이를 만드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NPB 기구 차원에서 통일 데이터 플랫폼 제공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구단 간 경쟁 관점에서 합의 도출은 쉽지 않다.
선수 관점에서 본 데이터 혁명
데이터 활용은 구단 조직뿐 아니라 선수 개인에게도 변화를 가져왔다. 자율 훈련 기간에 민간 트래킹 시설을 이용하여 투구 폼과 타격 역학을 수치로 파악하는 선수가 증가했다.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활용해 연봉 협상을 진행하는 사례도 나타나기 시작하여, 선수의 시장 가치를 데이터로 가시화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한편 데이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선수의 직감과 적응력을 무디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투수가 회전수에 집착하여 폼을 무너뜨리는 사례나, 타자가 데이터 예측 배구를 기다리다 대응이 늦어지는 장면도 보고되고 있다.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도구이며 최종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선수 자신이라는 원칙이 다시금 물어지고 있다.